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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처럼 보이는 특별한 능력

coffee-grin 2024. 11. 3. 19:36

"그거 있잖아, 그거..." 평소에 자주 쓰던 단어인데도 불구하고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죠. 그럴 때 옆에 있던 친구가 "아! 정답!" 하며 이런 저런 단어를 던지곤 합니다. 기억력 때문에 생긴 웃픈 에피소드들을 서로 나누며 뇌기능의 노화를 걱정하기도 하죠. 기억력이 점점 떨어지는 게 걱정되는 요즘, 드라마 속 특별한 기억력을 가진 캐릭터를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영상 기억(Eidetic Memory)이라는 능력으로,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영상 기억, 흔히 '사진 기억(Photographic Memory)'이라고도 불리는 이 능력은 책이나 글을 읽은 내용을 마치 사진처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말합니다. 아주 잠시 동안, 그 능력이 부러웠습니다. 

 

미국 드라마 그레이아나토미(Grey's Anatomy)에 나오는 외과 의사 렉시 그레이(Lexie Grey)는 이 영상 기억을 가지고 있죠. 그녀는 책에서 공부한 내용이나 의학 지식을 절대 잊지 않고 정확히 기억해내며, 의료 상황에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지식을 활용합니다. 이 덕분에 렉시는 복잡한 의료 정보나 환자 기록을 빠르게 분석하고, 중요한 순간에 동료들에게 큰 도움을 주기도 하죠. 이처럼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특별한 능력이 실제로 존재할까 궁금하여 찾아보니, 뇌과학적으로 연구한 신기한 능력들이 있더라고요. 마치 초능력처럼 보이는 특별한 능력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드라마 '그레이아나토미'에서 영상기억력을 지닌 '렉시 그레이'


초능력처럼 보이는

특별한 능력들


 

1. 영상 기억 (Eidetic Memory): 마치 사진처럼 기억하는 능력

한 번 본 장면을 마치 눈앞에 사진처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영상 기억(Eidetic Memory)은 이런 특별한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고해상도의 시각 이미지를 머릿속에 담아두고, 세부 사항을 그대로 묘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페이지의 글을 본 후 몇 분 동안 단어 하나하나를 정확히 떠올리는 것이죠.

 

과학적 정의와 구분

먼저, 영상 기억과 흔히 혼동되는 사진 기억(Photographic Memory)의 차이를 살펴볼까요? 둘 다 놀라운 시각적 기억 능력을 가리키지만, 과학적으로는 엄연히 다릅니다. 영상 기억은 특정 이미지를 몇 분 동안만 생생히 기억하는 능력으로, 대개 어린이들에게서 관찰됩니다. 반면, 사진 기억은 페이지의 글이나 숫자를 장기적으로 완벽히 기억하는 능력을 뜻하지만, 실제로 존재한다고 증명된 사례는 없습니다.

 

과학적 배경과 한계

영상 기억이 가능한 이유는 뇌의 후두엽(Occipital Lobe)이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해마(Hippocampus)가 이를 기억으로 저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능력은 일반적으로 어린이에게만 나타나며, 성인이 되면서 사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발달적 변화 때문으로 설명합니다. 어린이는 언어 기술이 덜 발달되어 있어, 시각적 기억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크다고 하죠. 재미있게도, 언어와 같은 추상적 사고가 발달하면 시각적 기억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들에게만 있는 능력?

흥미롭게도, 연구에 따르면 6세에서 12세 사이의 어린이 중 약 2%에서 10%가 영상 기억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에는 이 능력이 거의 사라집니다. 이는 어린이들이 시각적 정보를 보다 강렬하게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추정됩니다. 브라이언 던닝(Brian Dunning) 같은 과학적 회의론자는 건강한 성인 중에 영상 기억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2. 과잉기억증후군 (Hyperthymesia): 인생의 모든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는 능력

과잉기억증후군(Hyperthymesia)은 한 번 들으면 결코 잊지 않는 기억력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입니다. 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상세하게 기억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날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날 입었던 옷, 당시 느꼈던 감정까지 모두 기억할 수 있죠.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생생함입니다.

 

과학적 정의와 특징

이 증후군은 Highly Superior Autobiographical Memory (HSAM)라고도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이 능력을 가진 사람은 매우 드물고, 2021년 기준으로 100명 이하가 진단된 상태입니다. 과잉기억증후군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삶에 연관된 자전적 기억(autobiographical memory)을 놀랍도록 잘 기억하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단, 일반적인 학습이나 정보 암기에 뛰어난 것은 아니며, 학업 성적이 특별히 우수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과학적 배경

뇌 과학에 따르면, 과잉기억증후군은 주로 해마(hippocampus)와 미상핵(caudate nucleus)의 비정상적인 발달과 연관이 있습니다. 해마는 기억을 형성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하며, 미상핵은 습관 형성과 관련된 기억을 담당합니다. MRI 연구에서 과잉기억증후군 환자들의 해마와 미상핵이 평균보다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연구자들은 또한 전두엽(prefrontal cortex)과 해마 사이의 연결성이 높다는 점을 발견해 이 연결성이 기억력을 증강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예시 인물: 질 프라이스 (Jill Price)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첫 번째 사례로 알려진 질 프라이스는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사건을 날짜별로 기억할 수 있습니다. 질 프라이스(Jill Price, 본명 질 로젠버그, 1965년 12월 30일 출생)는 미국 작가입니다. 질 프라이스의 사례는 이 증후군에 대한 연구를 촉발시켰으며, 관련 주제에 대해 공동 집필한 책도 있습니다. 1980년 2월 5일 화요일부터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기억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기억력은 학습이나 정보 암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일상적인 시험에서도 평균적인 성과를 보였습니다. 프라이스는 이 끊임없는 기억의 흐름이 종종 “너무 피곤하고, 멈출 수 없는 고통”이라고 표현하며, 힘들어하기도 했습니다.


3. 공감각 현상 (Synesthesia): 감각이 연결되는 마법 같은 경험

여러분은 음악을 들을 때 색이 보이거나, 숫자를 볼 때 특정한 맛이 느껴지는 경험을 해본 적 있나요? 공감각 현상(Synesthesia)은 한 감각이 다른 감각을 자동으로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신경학적 현상입니다. 이 능력은 뇌의 감각 경로들이 서로 강하게 연결된 덕분에 발생하며, 신비로움과 창의성을 동시에 지닌 사람들에게서 자주 나타납니다.

 

과학적 배경

공감각은 뉴런의 크로스 활성화(cross-activation)라는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뇌의 시각 피질(Visual Cortex)과 감각 피질(Sensory Cortex)이 서로 연결되어 자극이 들어왔을 때 하나 이상의 감각이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Grapheme-Color Synesthesia(문자-색 공감각)의 경우, 알파벳이나 숫자를 볼 때마다 자동으로 특정 색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이 현상은 V4 색상 영역문자 인식 영역 사이의 교차 연결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감각의 종류:

  • 문자-색 공감각(Grapheme-Color Synesthesia): 알파벳이나 숫자가 특정 색으로 보이는 현상. 예를 들어, "A"는 빨간색, "S"는 노란색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 음악-색 공감각(Chromesthesia): 음악을 들을 때 색이 떠오르는 현상. 어떤 사람들은 특정 음을 들으면 휘황찬란한 색의 파장을 보기도 합니다.
  • 공간 순서 공감각(Spatial-Sequence Synesthesia): 날짜나 숫자가 공간에서 특정 위치에 배열된 것처럼 보이는 현상. 예를 들어, 1980년이 1990년보다 멀리 떨어져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 거울-촉각 공감각(Mirror-Touch Synesthesia): 다른 사람이 느끼는 촉감을 마치 자신이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

 

발달과 원인

공감각이 어떻게 발달하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어린 시절의 경험이 큰 역할을 한다고 여겨집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공감각이 어린 시절의 감각 자극과 추상적 개념의 학습이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가 처음으로 숫자나 문자를 배우는 과정에서 특정 감각 연결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공감각은 일차 친족 사이에서 더 자주 발견되며, 일란성 쌍둥이 연구에서도 공감각의 유전적 성향이 밝혀졌습니다. 공감각을 가진 사람들은 종종 창의적인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며, 기억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 과학의 발견

뇌 스캔 연구에서는 공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특정 자극을 받을 때 뇌의 여러 감각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신경 과학자 리처드 시토윅(Richard Cytowic)은 공감각이 자발적이고 자동적이며, 그 경험이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을 주요 특징으로 제시했습니다.

 

흥미로운 사례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억술사 솔로몬 셰레셰브스키(Solomon Shereshevsky)는 다섯 가지 감각이 모두 연결된 희귀한 공감각을 경험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글자나 단어를 보면서 동시에 소리, 색깔, 맛, 촉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감각 자극이 얽혀 있어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또한,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는 음악을 연주할 때 "이 악장은 더 어두운 색으로 느껴져야 해!"라고 말하며 음악을 색으로 인식했습니다. 그의 공감각은 음악적 창의성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4. 절대음감 (Absolute Pitch): 정확한 음을 즉시 인식하는 능력

절대음감은 음악적 재능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능력입니다. Perfect Pitch라고도 불리는 이 능력은 특정 음을 들었을 때, 다른 기준음 없이도 음의 이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거나 악기로 그 음을 재현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들은 악기나 일상 소음에서 나오는 음을 듣고 "이건 D음이야!" 하고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절대음감의 주요 특징

  • 즉각적 음 이름 식별: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에서 어떤 음이 울릴 때 그 음의 이름을 즉시 아는 능력
  • 음악적 조 식별: 음악 작품의 조성을 듣고 바로 맞추는 것
  • 일상 소리 인식: 자동차 경적, 문 여닫는 소리 같은 일상적인 소리의 음 높이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

이 능력은 상대음감(relative pitch)과 다릅니다. 상대음감은 한 음을 기준으로 다른 음의 간격을 파악하는 능력인데, 절대음감은 그 기준이 없이도 작동합니다. 절대음감은 음악 훈련과 함께 사용할 때 유리하지만, 때로는 상대음감 발전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과학적 연구

절대음감의 유전적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지만, 유전적 소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특히, 일부 연구는 절대음감이 자동우성 유전자형질(autosomal dominant trait)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어린 시절의 음악적 노출이 이 능력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중요한 요점입니다. 실제로 절대음감은 주로 어린 시절에 음악 훈련을 받은 사람들, 특히 동아시아권 언어(음조가 중요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자주 발견됩니다.

 

많은 유명 음악가들이 절대음감을 가졌으며, 그들의 음악적 성과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절대음감 소유자의 약 20%가 공감각(synesthesia)을 겪는다고 합니다. 즉, 특정 음이 특정 색깔로 보이는 현상입니다. 절대음감이 있다고 해서 음악적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절대음감은 음악적 분석과 창작에서 큰 이점을 제공합니다. 한편, 절대음감이 있는 자폐 스펙트럼 환자들이 음의 미묘한 차이에 매우 민감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절대음감은 음악적 훈련이 풍부한 환경에서 더 자주 나타나지만, 성인이 되어 이 능력을 학습하는 것은 여전히 큰 도전으로 남아 있습니다.

 

절대음감과 언어

절대음감은 중국어, 베트남어 같은 음조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흔하게 나타납니다. 이들 언어는 단어의 의미를 음 높이로 구분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음의 변화를 인식하는 훈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언어적 경험이 절대음감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절대음감을 가진 동양계 음악 학생들 중에서도 음조 언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절대음감 비율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절대음감과 음악적 환경

많은 연구는 음악적 경험이 절대음감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고합니다. 예를 들어, 수학적인 음악 체계에 일찍 노출되거나, 반복적으로 특정 음의 소리를 익힐 때 절대음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성인기에 이 능력을 획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일부 실험에서는 발프로산(valproic acid) 같은 약물이 성인의 절대음감 학습을 돕는다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 완전한 증거는 부족합니다.

 

(출처 : Wikipedia)


 내가 장착한 능력

뛰어난 기억력과 절대 음감! 제가 부러워하던 능력들이고, 마치 초능력처럼 매력적이지만 현실적인 단점과 고충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사람의 기억력과 감각이 지니는 균형 잡힌 특성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가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허둥대는 순간도, 지나간 추억을 흐릿하게 떠올리는 일도 인간적인 경험의 일부니까요. 오늘 이불킥하며 후회하는 일이 있더라도, 내일이면 깨끗이 잊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망각 능력에 감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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