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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서 온 한의사

coffee-grin 2024. 11. 12. 22:29

오스트리아에서 온 한의사

라이문드 로이어

Raimund Royer


나의 신기한 침 치료 경험

약 10년 전 일이에요. 갑자기 코가 숨쉬기 힘들게 꽉 막혀서 2주 동안 이비인후과를 다니며 약을 먹었는데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어요. 그 병원에서는 추가로 약을 처방해 주었지만, 약을 2주 이상 먹는 건 좀 꺼려졌습니다. 퇴근길에 우연히 보인 한의원이 눈에 들어와 무작정 들러봤어요. 한의사 선생님께서 정수리부터 다리까지 몇 군데에 침을 놓아주셨는데, 이게 웬일! 코가 시원하게 뚫리는 것이었어요. 이후 2번 정도 더 침 치료를 받았고, 코막힘 증상도 완전히 사라졌죠. 아직까지 그때처럼 심한 코막힘은 없이 살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최근에 한국 의료관광에 대한 기사를 보며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침 치료가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자료를 좀 찾아보다가, 우연히 라이문드 로이어(Raimund Royer) 한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꽤 흥미롭더라고요. 저처럼 로이어 선생님도 우연히 침 치료를 경험하게 되었고, 그때의 놀라운 효과에 깊이 매료되었다고 해요.

(출처: EBS 초대석)


로이어의 신기한 침 치료 경험

1987년, 오스트리아 청년이었던 로이어는 몇 개월간 한국을 여행하던 중 태권도를 배우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 발목을 다치는 일이 생겼죠. 태권도 관장님이 이럴 때는 침 치료가 최고라며, 로이어를 한의원에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한의사 선생님은 발목이 아니라 뜻밖의 부위에 침을 놓았고, 로이어는 무척 당황했다고 해요. 하지만 통증이 완화되면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며칠간의 침치료 후, 발목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고 걷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 놀라운 경험 이후, 로이어는 한의학의 깊은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에 돌아오다

#1987 한국 여행

라이문트 로이어는 3개월간의 한국 여행을 마치고 오스트리아로 돌아갔습니다. 한국에서의 경험이 워낙 강렬했던 그는, 부모님께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 한의학을 공부하겠다는 뜻을 전했죠. 그 소식을 들은 부모님께서는 무척 놀라셨을 겁니다. 서양의학이 중심이 된 오스트리아에서 자란 아들이 갑자기 동양의 전통 의학을 공부하겠다고 하니 말입니다.

 

#1989~1990 연세어학당, 강릉대학교 철학과

다시 한국에 돌아와 1989년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강릉원주대학교(옛 강릉대학교) 영문과 교수님과 인연이 되어 1990년에는 강릉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여기서 그는 동양철학과 한문학을 전공하며 한국어와 한자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1991 대구한의대

그는 대구한의대(옛 경산한의대)에 입학하여 본격적인 한의학 공부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과정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어요. 우선, 대구 사투리에 익숙해지기까지 꽤 힘들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한의학 용어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그는 옥편, 한독사전, 독한사전 등 여러 권의 사전을 끼고 공부해야 했습니다. 지금처럼 온라인에서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는 환경과는 전혀 달랐던 그 시절, 그의 학업은 정말 끈기와 노력이 필요했겠죠.

 

#1999 한의사 자격 취득 

한의대 수학 중 1993년과 1995년은 한약 조제권 분쟁으로 학업을 쉬어야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긴 학업 과정을 마치고 마침내 한의사 자격을 취득하게 된 로이어는 한국의 한의학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서양인으로 거듭났습니다. 


열정 넘치는 한의사

현재 로이어는 자생한방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머무른 지 35년째인 그는 이제 한국이 제2의 모국과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한국 여성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으며, 한국의 정 많은 사람들과의 생활이 즐겁다고 합니다.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단지 직업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라이문드 로이어 박사, 그에게 한의학은 단순한 치료 수단이 아니라 삶의 열정과 사랑이 담긴 의술입니다.

(출처: 자생한방병원 국제진료센터)

한국 한의학의 세계화를 꿈꾸다 

로이어는 현재 한국에서의 삶에 매우 만족하며,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한의학의 장점은 부작용이 적고, 환자 개개인의 체질에 맞춰 처방이 이루어지는 점입니다. 그는 특히 침술이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독일에서는 침술이 국가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 한의학이 충분히 대우받지 못하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한국 한의원을 찾는 외국인들

2023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 수가 60.6만 명을 기록하며 한의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2022년 대비 한의원을 이용한 외국인 환자 증가율은 무려 689.9%로, 모든 의료기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특히, 한방 통합 진료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으며 이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전통 의학인 한의학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주요 방문국으로는 일본과 대만이 있으며, 두 나라의 외국인 환자들은 한의학 진료를 포함한 다양한 한국 의료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을 향한 열정

라이문트 로이어(Raimund Royer) 박사처럼 한국 한의사의 길을 걷는  나비 니마 존(Nabi Nima John)의 이야기 2024년 3월 방영된 인간극장에서는 소개되었습니다. 이란계 미국인으로 뉴욕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나비 씨는 우연히 접한 한의학에 매료되어, 한국에서 한의사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두 사람 모두 동양의학의 매력에 이끌려 한국으로 와, 쉽지 않은 과정 속에서도 한의학에 대한 열정과 신념을 지켜왔습니다. 라이문트 박사는 외국인 한의사로서, 한국에서 한의학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해왔고, 나비 씨 역시 그런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한의학을 공부하는 모습은 단순히 흥미로움을 넘어서, 그들의 집념과 인내를 보며 저도 저의 게으르고 끈기 없는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현재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들 사이에서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으며, 침술, 약침, 한약 처방 등 다양한 한방 치료법이 사람들에게 건강과 회복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로이어 박사 역시 한의학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장점을 더 널리 알리고 싶어합니다. 그의 바람대로, 언젠가 전 세계인이 한의학을 통해 신비로운 치유의 경험을 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요?

 

 

(출처: EBS초대석 푸른 눈의 한의사, 한겨례, 보건복지부, 자생한방병원, MyLove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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