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손으로 쓰며 얻는 집중과 치유의 시간
필사는 저에게 꽤 익숙한 풍경입니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성경을 노트에 정성스럽게 옮겨 적으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제 지인 중 한 분도 몇 년 전부터 좋아하는 소설을 필사하는 취미에 깊이 빠져 계셨죠. 그런데 얼마 전, 젊은 세대, 특히 MZ세대가 필사에 열광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꽤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재미있었던 점은 이 필사 열풍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필사노트라는 상품으로 시장에 자리잡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소설이나 명언을 따라 쓸 수 있도록 나온 다양한 필사노트들이 눈에 띄었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좋은 문장들을 접하며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는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머리가 복잡할 때 연필을 들고 끄적이다 보면 생각과 마음이 정리되는 경험을 하곤 하는데, 필사도 그런 심리적 효과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1. MZ세대 필사열풍 :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
2. 뇌과학적 관점에서 본 필사의 장점
3. 인류 역사 속 필사
4. 필사노트 상품 이런 게 있네요
1. MZ 필사열풍: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
필사노트의 인기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MZ세대는 자연스럽게 자기 계발과 힐링을 위한 활동을 찾기 시작했죠. 그중 하나가 바로 필사였습니다. 디지털 디톡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책을 손으로 베껴 쓰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고, 일상에서 벗어나 집중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필사를 선택한 겁니다.
필사 열풍이 더욱 확산된 데는 소셜 미디어의 영향도 컸습니다. 유명 인플루언서와 연예인들이 필사 습관을 공유하면서, 그들의 추종자들 사이에서도 필사가 빠르게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출판사들이 필사에 특화된 책과 노트를 속속 내놓으며 필사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올 상반기에만 100종이 넘는 다양한 필사 관련 출판물이 출시되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실감 나시죠?
2. 뇌과학적 관점에서 본 필사의 장점
🔹 뇌의 활성화
필사는 뇌의 다양한 영역을 동시에 자극하는 활동입니다. 글을 읽고 손으로 베껴 쓰는 과정에서 시각적, 운동적, 언어적 처리 영역이 모두 작동합니다. 특히,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타이핑할 때와 달리 뇌의 깊은 정보 처리 기능을 강화시켜 학습과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 집중력 향상
필사는 한 가지에 몰입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집중력을 높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손글씨로 글을 쓰는 행위는 디지털 환경의 끊임없는 알림과 다중 작업에서 벗어나, 한 가지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뇌는 집중력을 강화하고, 디지털 기기에 의한 주의 산만을 줄이는 효과를 얻습니다.
🔹 기억력 강화
손으로 글을 쓰는 필사는 단순히 타이핑하는 것보다 기억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글을 직접 쓰는 과정에서 뇌가 정보를 더 깊이 처리하고, 장기 기억에 저장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학습 내용을 필사할 경우,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어휘력 및 표현력 향상
필사는 단순히 글을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새로운 단어와 표현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익히게 됩니다. 이를 통해 어휘력과 표현력이 확장되고, 쓰면서 배운 단어는 뇌에 더욱 잘 각인됩니다. 이런 방식은 특히 창의적 글쓰기나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매우 유용합니다.
🔹 정신적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
필사의 반복적인 손글씨 과정은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줍니다. 손글씨로 글을 쓰면서 느껴지는 규칙적인 리듬은 뇌에 안정감을 주고, 감정 조절에 도움을 줍니다. 이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정신적 안정을 가져다줍니다. 현대인들이 디지털 기기에서 오는 과부하와 피로를 해소하는 데 필사가 효과적이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 인류 역사 속 필사
인류 역사 속 필사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지식과 문화를 보존하는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필사의 흐름을 다음과 같이 간략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 고대 문명의 기록 수단
필사의 역사는 인류 문명 초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점토판, 파피루스, 양피지에 글을 새기며 지식을 기록했습니다. 이때 필사는 종교적 문서나 법률, 왕의 업적을 기록하는 중요한 수단이었죠. 글을 손으로 베끼고 기록하는 작업은 지식 전달과 보존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 중세 유럽의 수도원 필사
중세 유럽에서는 수도사들이 성경을 필사하며 지식을 보존하는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책은 손으로 일일이 필사해야 했기 때문에 매우 귀했습니다.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까지, 수도사들은 철학서나 고전 문학을 손수 필사해 지식을 전파했습니다. 이 작업은 학문적, 종교적 열정을 상징하는 활동이었고, 필사 덕분에 많은 고대 문헌이 후세에 전해졌습니다.
📜 동양의 필사 문화
동양에서도 필사는 학문과 지식 전승의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유교 경전과 문학 작품을 필사하는 것이 학자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관행이었습니다. 양반 자제들은 필사를 통해 학문을 깊이 이해하고 정서적 수양을 쌓았죠. 일본에서도 필사는 불경 등 종교적 서적을 보존하고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 근대 인쇄술의 발명
15세기 중반, 구텐베르크가 금속 활자 인쇄술을 발명하면서 필사는 전환점을 맞습니다. 이제 대량 인쇄가 가능해지며 필사의 필요성은 줄어들었지만, 고급 서적이나 예술 작품은 여전히 수작업으로 필사되었고, 필사는 예술적 경지로 발전했습니다.
📜 현대의 필사
오늘날 필사는 지식 전달보다는 개인적 성찰과 집중력 향상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손으로 직접 글을 쓰는 행위는 정신적 안정과 힐링을 제공하며,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자기 계발의 도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4. 필사노트 상품 이런 게 있네요
필사 열풍 덕분에 다양한 필사노트가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아래는 현재 인기 있는 필사노트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 필사를 하다 - (주)인디고
✍️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 빅피시 출판사
🌅 하루 5분 아침필사 - 북로그컴퍼니 출판사
필사 열풍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양한 필사노트가 출판되면서, 사람들은 글을 손으로 옮겨 적는 행위를 통해 집중력과 정서적 안정을 찾고자 합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필사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는,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아날로그적인 경험을 추구하려는 경향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김훈 작가가 떠오릅니다. 컴퓨터 대신 원고지에 연필로 글을 쓰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연필로 종이를 밀어내는 힘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 그분의 작업 방식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손으로 글을 쓰는 작은 행동이 우리의 뇌와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필사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감각적이고 심리적인 연결을 제공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필사 열풍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지속적인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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