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귀요미 조카가 고래박사🤭입니다.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르지만 '딩동! 고래도감'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고래 이름과 특성을 달달 외우더라고요. 4살 꼬마가 바닷가에서 고래도감을 펴놓고 혹등고래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우리나라 해역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는 고래가 어느 종일까 궁금하여 찾아보니, '밍크고래'라고 하더라고요. 2024년 4월, 울릉도 인근해역에서 국립수산과학원이 '새끼 밍크고래가 어미 곁을 오가며 힘차게 수영하는 모습을 세계 최초로 영상에 담았고, 밍크고래의 전신 촬영을 성공한 건 국내에서 처음'이라는 보도가 있었어요. 최근 2024년 8월에는 울릉도 바다에서 '혹등고래'(길이 7m 70cm, 약 3.5톤)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 해역에서 보이지 않지만, 울산 장생포에서 자주 발견되던 '귀신고래'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참고로, '2024 울산고래축제'가 오늘 9.26(목)부터 9.29(일)까지 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고래문화특구 일원에서 열립니다.
목차 - 과거 한국 바다의 귀신고래 - 역사 속 귀신고래 목격기록 - 한국 귀신고래의 사라짐과 재발견 - 귀신고래 보호를 위한 노력 |
한국 귀신고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신비로운 이야기
한국의 귀신고래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 바다를 유영했던 거대한 생명체입니다. 그들은 동해와 남해를 오가며 번식을 하고, 바다의 주인처럼 한반도 연안을 누볐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모습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역사적인 기록을 통해 우리는 귀신고래가 우리 바다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으며, 이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귀신고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과거 한국 바다의 귀신고래
귀신고래는 울산 장생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종이었습니다. 1912년 미국 동물학자 로이 C. 앤드루스가 울산 장생포에서 연구하던 중, 고래잡이에 의해 포획된 귀신고래를 처음으로 목격하고 연구했습니다. 앤드루스는 귀신고래가 태평양을 기준으로 동쪽(캘리포니아)과 서쪽(한국) 두 무리로 나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한국 귀신고래(Korean Gray Whale)"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라는 지명을 가진 유일한 고래로, 학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죠.
이름이 왜 귀신고래?
귀신고래라는 이름은 그들의 신비로운 행동에서 비롯된 건데요, 마치 귀신처럼 바다에서 불쑥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 때문입니다. 조용히 바닷속을 유영하다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다시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그 특유의 행동이 옛사람들 눈에는 마치 귀신이 장난치는 것처럼 보였겠죠. 게다가, 귀신고래는 주로 해안 가까이에서 은밀하게 이동하는데, 사람들에게 좀처럼 잘 포착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보일 듯 말 듯’, 그게 딱 귀신 같았던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이 고래에게 ‘귀신고래’라는 이름을 붙여주게 된 겁니다.
역사 속의 귀신고래 목격 기록
고래가 한국 바다에 서식한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에 새겨진 고래 그림은 지금으로부터 약 7,000년 전의 것으로, 당시 한국 사람들이 고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 암각화에는 고래를 사냥하는 장면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 고대 한국인들이 고래를 중요한 자원으로 여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귀신고래가 한국 바다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1977년 울산 방어진 앞바다에서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귀신고래가 자주 목격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까지 울산 앞바다는 귀신고래의 중요한 번식지이자 회유 경로였습니다. 특히 189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포경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그 결과 수많은 귀신고래가 포획되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1890년부터 1966년까지 약 1,750마리의 귀신고래가 포획되었으며, 그중 97.4%가 한국 동해안에서 잡혔습니다. 이러한 기록은 한국이 귀신고래에게 얼마나 중요한 서식지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한국 귀신고래의 사라짐과 재발견
1960년대 이후, 한국 귀신고래는 지나친 포획으로 거의 멸종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1977년 이후로는 한국 바다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러시아 사할린 인근에서 한국 귀신고래 무리가 다시 발견되면서 이들의 생존 가능성이 재조명되었습니다. 현재 러시아와 미국의 연구자들이 이 지역에서 한국 귀신고래를 보호하고 있으며, 이들은 매년 조금씩 개체 수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 세계에 약 100여 마리만 남아 있을 정도로 희귀한 상황입니다.
귀신고래 보호를 위한 노력
한국 귀신고래는 이제 우리의 관심과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는 한국 귀신고래의 서식지와 회유 경로를 조사하고, 이들이 다시 한국 바다로 돌아올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와 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한 귀신고래를 신고하거나 사진 및 동영상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죠.
고대 한국인들은 귀신고래를 중요한 식량 자원으로 여겼지만, 현대 한국은 이들을 보호하고 자연의 일부로 되돌려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귀신고래는 단순한 바다의 거대한 동물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자연을 잇는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고래는 평균 수명이 90~100년입니다. 그리고 2~3년에 한 번씩 새끼를 낳기 때문에 개체 수가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립니다. 국립수산과학원 박겸준 연구관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래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래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해양환경을 만드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 연안에서 혼획된 고래 수는 무려 12만 마리에 달합니다. 박 연구관은 “포획은 금지됐지만 한 해 1,000마리 이상이 혼획돼 죽는다”며 “고래는 바다 생태계의 건강도를 알 수 있는 우산종(생물 보전을 위해 선정된 종)으로, 고래가 많은 바다는 건강하고 인간에도 유익한 만큼 보호에 동참해 달라”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이번 주말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울산고래축제는 한국에서 고래가 가지는 문화적, 역사적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축제에 참가하는 방문객들은 고래 보호 노력에 대해 배우고, 다양한 체험형 전시를 통해 고래와 관련된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기념하며 즐길 수 있습니다.
바닷가에 앉아 고래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조카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섬세한 균형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귀신고래는 지금 우리의 해안에서 모습을 감췄지만, 지속적인 보호 노력과 교육, 그리고 약간의 인내가 있다면 언젠가 이 장엄한 생명체들이 다시 우리나라의 바다로 돌아오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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